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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 사람은 너무 쉽게 변하지만, 한 편으로는 변하지 않으니까. 너는 다정하게 내 말을 늘 들어주었지. 하지만 마음 깊이 고려한 적 없잖아. 카임, 네가 나를 아는 만큼 나도 너를 아는 걸. 친구니까. 설마. 네 정신을 기워, 네 마음에 들게끔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타인의 감정을 눈치 채지 못하는 건 이상하잖아. 누덕누덕 기워졌기 때문에 예민해질 수 있다는 말, 나는 믿는 걸. 정말 그런 생각으로 버티는 건지 나는 알 길이 없지만. …나는 제법 확신하고 있는 걸. 모르는 척 웃으며, 이제는 내가 미워졌습니까, 라고 묻는 네 모습이 그려져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덧붙인 건 아니지? 글쎄, 그건 그 상황의 나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은 걸. 다만…. …난 친구랄 게 없어. 웃기지. 한 때 영원한 우정을 운운했는..
침몰. 사람들이 많이들 착각하는 것이 있다. 맨 뒤에서 특기를 쓰는 이들은 나약할 것이라는 편견. 생각 많은 놈은 오는 칼도 못 피할 거라는 편견. 지휘관은 약하다? 요약하자면 그런 착각들 말이다. 음, 이유는 모르겠다. 왜 그런 이미지가 생겨난 걸까? 애당초 가수라는 이미지 때문에 유독 나를 만만하게 보는 이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좀 비실비실해보이긴 한가 보지. 통찰력이 나쁘진 않는구나, 싶지만. 이렇게 멍청하게 굴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들의 편견이 어느정도 들어맞을 때가 있다. 사람을 제압하는 게 아니라면 사실 특기의 힘을 거의 받지 못한다. 누구나 특기의 힘을 빌리며 살아가는 건 아니라지만, 나는 대치 상태가 아니면 쓸모없는 특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 중에서 허약..
2026년 4월의 콘서트장 마지막 앵콜 곡을 부르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언제나처럼 마무리네~ 또 울어버렸어…. 그러게 말이에요. 그렇다고 사탕을 옷 갈아입는 내내 먹일 수도 없는데 이거 참. 그보다, 이번에는 며칠이나 걸렸어? 3일이요. 날이 갈 수록 길어지는 것 같아 걱정인데 말이에요. 하…. 뭐 하나 펑크 낼 애 아닌 건 알긴 하지만. 이러면 걱정 된단 말이지. 어려서 망정이지, 분명 무리라고, 그거. 잠도 좀 잤으면 좋겠는데. 이번에도 그 이유? 네에, 뭐, 그렇죠.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을 생각한다면서요. 근데 이번엔 좀 심하던데요. 왜? 집을 난장판으로 뒤집어버렸더라고요. 뭔가 크게 불안하거나, 누구한테 쫓기는 사람처럼. 세이렌이 부정적이긴 해도, 그런 애는 아니었잖아요. ……일단 지켜보자. 일 좀 줄이고. 이번에는 ..
야, 얘 또 울어…. 어제의 침몰과 바다 안개 레퀴엠 “ 미안하지 않아. 너와 함께 침몰해줄게. ” 이름 세이렌 :: SIREN 외관 회청색 머리카락. 삐뚤빼뚤한 마감처리는 여전하다. 미용실을 다닌다고 하긴 하는데, 기장은 언제나 본인이 마무리를 짓는 모양. 이 모든 것이 이제는 익숙하다 하여, 다른 사람이 머리카락에 손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세이렌은 언제나 비슷한 색깔의 옷을 고른다. 한결같은 것이 좋으니까 따위의 이유기도 했다. 여전히 창백하다는 감상이 드는 피부. 여전히 쉽게 짓무르고 빨개진 두 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한 것. 음울하기 그지없는 자주색 눈에 박혀있는 안광. 더 이상 울음만을 토해내지 않겠다는 다짐. 한 때에는 허리를 굽히고, 어깨를 웅크리고 다녀 작아 보이다 못해 존재감이 없어 보였으나 이..
이 곳은 나의 심해야. 내가 두려워한 것은 부모의 존재가 아니었다. 내 기억 속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정 따위는 없다. 나의 할머니는 훌륭한 보호자였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없는 사람이었나 보다.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 라는 사실에 죄책감을 갖고 싶지도 않았다. 모든 일에 죄책감을 가지면 나는 죽어버릴 것이다. 이기지 못할 감정을 스스로 빚어내는 취미란 없다. 스승과의 작별이 두려운가? 아니. 나는 드넓은 바다의 후손을 안다. 그 자와의 작별에서도 이러한 공포심을 맛본 적이 없다. -조금의 무기력은 느꼈지만, 그것이 한계임을 익히 예상한 바. 상처 입을 이유, 상처받을 필요,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왜 거울을 깨트리며 두려움에 휘청이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예상하지 못한 진실이었기 때문이었..
무너진 무대 앞에서, 아주 조금 후회했어. 최악을 대비하기 위하여. 첫 번째.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타인이 내보인 긍정과 희망에 배신당하는 건 아프다. 두 번째. 생각과 의심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순간의 허점이 생긴다면, 연약한 마음이 부서질 것이다. 세 번째. 행복을 꿈꾸지 않는다. 긍정적인 생각에 잠겨버리면 부정을 대비할 수 없다. 네 번째. 타협과 만족을 기억한다. 빠른 포기는 날 상처입히지 않는다. 마지막. 그 어떤 폭격도 견딜 수 있게. 남들보다 먼저 침몰한다. . . . 나는 오늘을 예상했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쏟아지는 절망이라니. 흔하디 흔한 클리셰 아니던가. 20살이 되고 맞은 첫눈은 아름다웠다. 상냥할 정도로 포근했고, 나는 바다에서 빠져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입을 벌리고, 모든 숨을 토해내자. 나는 이 세상의 전부를..
십삼월의 대폭발 - 백색 하늘 1. 이능력의 최초 등장 시기는 12년 전. 그 때부터 혼란의 시기가 발발했고 이 현상을 정리하고자 이능력자등록시스템 (ㅈㅅ 저 국적 한국이라)을 도입하면서 이능력관리기관 및 히어로라는 개념이 서서히 생김. 정식으로 등록된 것은 10년 전으로, 우리들은 대략 이 때 쯔음에 히어로가 되었고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이러함 2. 그런데 이 때. 이능력의 최초 등장 이후로 2년동안 이능력관리기관 및 히어로라는 개념을 창시하기 위해서는 무엇에 대한 정보와 연구가 필요할가요? 당연히 이능력입니다 ㅇㅇ 여기는 최초의 이능력자 두 명이 있었고요. 국가 처음으로 손에 넣은 이능력자들입니다. 해서 간단하게 아담과 이브라고 통일합시다. 전직 군의와 군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이능력이 발발함에 따라 국가의 안전을 위해 자..
그렇구나. 알고는 있어. 이게 마냥 나쁜 생각이 아니라는 거. 하지만, 그렇지, 사람은 누구나 긍정적인 삶을 꿈꿔. 비관적인 걸 두려워해. 누구나 불행 앞에서는 겁쟁이가 되니까. 그래서 그냥, 조금, 걱정했을 뿐이야. 그 걱정마저도 네 덕분에 날아가버렸고. 그렇게 고마운 널 팔아 빠져나가도 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애당초 그런 말을 내가 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단단해진 볼이 버티는가 싶더니, 곧 바람이 훅하고 빠져버린다. 볼이 다시 꾸욱 눌려버렸다. 사람은, 백 년을 함께 해도 알 수 없는 것이 태반이란다. 너와 나는 고작해야 3년이지. 그래서,) 시야 네가 왜 그런 웃음을 짓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히어로가 되지 않겠다는 네 의견에 대해, 정말 수많은 이유를 들었고, 일관적인 대답을 들었는데도 어려워. ..
난 간파당하기 쉬운 사람이구나. … 그건 부끄러우니까 제대로 못할 거야. 거울 보다가 찔찔 울기 시작하면 노력의 의미가 없어질 걸. 하지만 이 지경까지 왔는데, 정말 그 정도의 노력은 해야겠지? ……다음에 괜찮으시면 부탁드립니다. 분하다는 투로 눈을 질끈 감는다. 머리가 파밧 헝클어졌지만, 그것은 딱히 중요한 게 아니었다. 세이렌이 반 박자 늦게 고개를 들어, 옆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린다. 내 표정은 저주받은 걸지도 몰라…. 역시나 생각은 우울하게 흘러가고, 괜히 표정만 이리저리 움직이고. 부스스해진 머리카락을 수습해주는 손길에 고개를 맡기면서 세이렌이 눈을 깜빡인다. 솔직하게 드러나는 쪽이 편하다, 라는 것은. '아직까지 내가 편하다.'라는 결론 아닐까? ~제멋대로 단정 짓는 것이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세이렌이 슬그머니 ..
응, 영원히. (손이 떨어짐에 따라, 세이렌은 눈을 멀뚱히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떼어내 줬네. 음, 그러니까. 불편하다는 걸까? 사람의 속내는 알아채기 힘든 면모를 띄고 있다. 세이렌은 -어느 부분에선 예리하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둔감한 게 분명했다. 어색하게 제 뺨을 긁적이다가,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듣고 있음을 표현한다. 히어로가 되기 위해 이곳에 온 너, 그리고 나. 내 말을 들어주는 네가 어쩐지 어색해서, 나는 몸을 베베 꼬고 싶어졌다. 너는 정말로 내 생각에 동의하고 있는 걸까. 사상에, 긍정을 표하고 있는 걸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 아주 얕은 의심이 새자, 세이렌은 낮게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글쎄. 그건 내가 말하기 어렵네. 나는 선해지기 위해서 노력해. 지키려는 마음은 선할 때, 진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