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330)
아마카사 아이치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무월야 환상곡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Das Schweigen der Sirenen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세르펜스 저택에는 마녀가 산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눈 하나 ↔ 귀 하나 이렇게나 순종적인 인간이 유일하게 반발하는 임무가 있다. 반발이라고 해봤자 소극적이기 때문에, 약간의 구시렁거림과 불만, 게으름이 전부였지만. 롄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굉장한 반발이 아닐 수가 없다. 살인이었다. 롄은 이곳에 발을 디뎠을 시절부터 살인만큼은 죽어도 싫다 말해왔다. 목단에 소속되면서도 그렇게 굴었다. 웃긴 일이고, 멍청한 일이었다. 하지만 내뱉은 말은 지키고 싶었던 건지, 언제나 뒷선에서 수습이나 하고 있었다. 그것이 천성에 맞는다 이야기했고, 그것이 자신의 쓸모라고 이야기했다. 롄이 왜 이렇게 살인을 싫어하는가 하면, 아직도 미련하게 기대를 놓지 못해서가 첫 번째였고 마음에 쌓여 있는 울분이 두 번째였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한 계획은 탈출 이후의 삶이었다. 롄은 아직도 자신이 이곳..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인생을 그래프로 그리면 롤러코스터 마냥 수직하강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기대 아, 세상에, 신이시여. 키르케의 간사한 꾀에 넘어가도 파도에 휩쓸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이번 생에서야 깨달았습니다. 인생이라는 건 우습군요. 이렇게 불합리한 세상을 만든 당신이 제법 밉지만. 네에. 그래도 저는 절 지켜줄 사람이 있으니까요. 오늘은 용서해드리지요. 나를 깎아 내리지 않고, 웃으며 응해주는 다정을 받았으니. 그 정도의 자비가 샘솟더랍니다. 생각이 끊어짐에 이유는 없다. 기껏 처치해둔 손가락 끝이 붉게 물드는 것을 방치한다. 그냥 미온을 잡아당기고, 팔을 두르고, 그의 어깨에 기대서 울었을 뿐이었다. 모든 말을 정해둔 나로서는 이례적이지만, 그래. 울보인 나를 이렇게나 아껴준 네게는 익숙하려나. 시답잖은 생각이었다. 몇 번이고 들은 위로. 몇 번이고 흘려 넘긴 빗방울. 최악을 면하기 위하여..
호구새끼….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늘 간사하다. 행복해 마땅한 순간에 불행을 좇는다. 기뻐 마지않는 순간에 슬픔을 찾는다. 우울의 골짜기에 빠져드는 순간에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낸다. 붙잡고. 추락하고. 침몰하고. 죽어버린다. 그게 마음이다. 어째서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주셨는지요. 신이 있다면 대답하시길. 악마가 있다면 그것을 부숴주시길. 천사가 있다면. 그래. 이 마음에 자비를 베풀어주시길. 세이렌은 닫힌 문에 기대 주저앉았다. 쇠사슬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냈고, 나는 숨을 쉬지 않았다. 철저하게 준비해놓은 거대한 연극이었다. 대단히 철저한 건 아니었고. 그냥. 조금. 어린아이들의 장난치곤 심한 정도? 하지만 사람 하나 내몰리게 하기엔 충분했겠지. 그렇게 죽은 사람을 알잖아, 우리. 옥상을 오르던 날을 기억한다. 아..
도주 침대 위에 앉자, 모든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살의도 사그라들고, 고통도 멀어져 간다. 누군가는 정신을 놓으면 쉽게 편해질 수 있다던데. 그게 이래서인가? 구급상자를 바라본다. 흰색이 유독 아득하게 느껴져서 어깨가 움츠러든다. 나는 네가 그런 사람임을 알고 있었지. 그래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네가 집착하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네 이상과 목표를 정립하면. 더 멀리 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어. 그리고 넌 해냈지. 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더 완벽하게, 멋지게. 그게 꼭 내 조언 덕분이었을까? 이 순간 새삼스럽게 의문이 든다. 너는 왜, 나를, 골랐을까. 세이렌에게 미온은 그저, 한없이 강한 사람이었다. 본질부터 다르기 때문에 동경하게 된다. 우리 둘은 너무 다른 점이 많지. 사는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