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자들 (13) 썸네일형 리스트형 글라우 개인 스토리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 Die Eule der Minerva beginnt erst mit der einbrechenden Dämmerung ihren Flug. 글라우는 자신이 미숙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고 천재적인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는데 히어로를 지켜줘야 하는 사람이라는 포지션에 대한 고집과 집념이 너무 강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아예 안 들었음. 그들은 지키는 사람을 지켜본 적이 없고, 헌신적인 사람들이니까 ㅇㅇ 그게 미숙한 면모와 맞물리니 고집이고 아집이 되었음... 그게 글라우코피스 스토리의 시발점이 된다고 할 수 있음 여태까지는 이 악물고 어떻게든 무리하면 뭐든 파훼해왔으니... 못 푼게 지금 이 수배령 정도? 인 글라우로서는 타인이 뭐라고 말하건.. 야경 (중략) “트리거. 맥주는 좀 마셔?” “어디서 난 거임?” “마시냐고.” “잉.” 이미 깐 500ml 맥주 캔. 글라우코피스는 그것을 트리거에게 내밀었다. 거품이 입 주둥이에 애매하게 맺혀있고, 이슬이 맺힌 표면은 축축해 보였다. 트리거는 맥주캔을 받으면서도 이걸 마셔도 되는지, 아니면 그냥 들고만 있어야 하는 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글라우코피스는 한 캔을 낑낑거리며 더 까더니, 탄산음료를 마시듯 한 모금 크게 홀짝였다. “마시라고 준 거야.” “엄…. 내가 좀?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 데? 진심임?” “구라겠냐.” “나 혼내려고 부른 거 잖음.” 아, 이 말은 덧붙이지 말 걸 그랬나. 트리거가 목덜미를 긁적였다. 맥주 캔 표면에 맺힌 물기 때문에, 손가락 끝이 미끌미끌해져서. 손톱이 자꾸만 미끄러진다.. #장대비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우리들은 우중충함에 힘껏 가라앉으며 실없는 소리를 반복했다. 기운 빠지는 소리에 우울해질 때면 소리 내어 웃었고, 웃음에 배가 아파올 때쯤이면 눅눅함에 젖어갔다. 시시한 하루였고, 한심한 하루였다. 이렇게 살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누군가 푸념처럼 입을 꺼내자, 한숨보다 무거운 공기가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나는 온기 잃은 종이컵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이 눅눅한 생활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이런 우리들조차 필요한 것이 세상인지라. 이렇게 힘들고 괴로워도, 언젠가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허리 숙여 좁은 철문을 비집을 일도, 퀴퀴한 곰팡내를 외면할 일도, 남들의 발목과 시야가 마주하는 일도 점점 줄어들겠지. 진흙탕처럼 팔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무기력에서.. 십삼월의 대폭발 - 백색 하늘 1. 이능력의 최초 등장 시기는 12년 전. 그 때부터 혼란의 시기가 발발했고 이 현상을 정리하고자 이능력자등록시스템 (ㅈㅅ 저 국적 한국이라)을 도입하면서 이능력관리기관 및 히어로라는 개념이 서서히 생김. 정식으로 등록된 것은 10년 전으로, 우리들은 대략 이 때 쯔음에 히어로가 되었고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이러함 2. 그런데 이 때. 이능력의 최초 등장 이후로 2년동안 이능력관리기관 및 히어로라는 개념을 창시하기 위해서는 무엇에 대한 정보와 연구가 필요할가요? 당연히 이능력입니다 ㅇㅇ 여기는 최초의 이능력자 두 명이 있었고요. 국가 처음으로 손에 넣은 이능력자들입니다. 해서 간단하게 아담과 이브라고 통일합시다. 전직 군의와 군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이능력이 발발함에 따라 국가의 안전을 위해 자.. # 08. #. "난 수감되기 전까지, 이능력과 이능력자의 관계에 대해서 연구했어." #. 늦여름의 비가 멎어갈 때 쯤. 나는 물자국이 남게 된 벽에 몸을 기대면서 조용히 고개를 기울였다. 일회용 종이컵 안에는 오렌지 주스가 들어차 있었고, 입부분은 물어뜯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는 어렴풋, 어두운 시선으로 그 자국을 확인하면서 시선을 느긋하게 굴렸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야기라는 것은 이래서 무서운 것이고, 이래서 두려운 것이다. 이 주제를 왜 꺼내게 됐지. 수감되기 전에는 종이접기를 꽤 잘했다는 네르샤의 말로 하여금 이 대화가 시작되었다. 다들 가벼운 분위기로 시작했기 때문에, 누구나 가벼운 것들을 툭툭 내뱉었다. 백수 생활을 즐겼다거나, 하루 종일 잠만 잤다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가족.. # 07. #. 안심하세요, 오늘도 도시는 평화롭습니다! 뉴스의 시작을 알리는 경쾌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으며, 회사원 셀리는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떠 일어났다. 오늘 아침 뉴스도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었고, 셀리는 밥맛이 도통 들지 않아 토스트조차 굽지 않았다. '최근, 이능력자들의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가 거세지면서….' 이능력자들인지, 외계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에 혼란을 야기한다면 적절한 곳에 격리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셀리는 이능력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어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소소하고 가벼운 도움들을 받았다면 받은 사람이었지. 하지만 그러한 셀리도 이능력자의 퇴출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이 평화의 시대, 히어로가 굳이 필요하는가,였다. 가끔 태풍이나 지진이 발생하긴 하지만, 그걸 .. # 06. #. "우리들은 지금 도시의 외곽, 이 구역에 있어. 그렇지만 옆 동네로 이동하면, 내가 아는 지하 통로가 나와. 우리는 그곳에서부터…." "좃토마떼. 너 정체가 뭐야? 응? 지하 통로? 응?" "아, 설명이 늦어졌네. 그건 한월이네 회사에서 지원해준 통로야. 옛날에 뚫었댔나." "엉, 기갈나게 뚫었지." "그쪽이 더 이상한뎁쇼??" #. 이상하다는 생각을 아주, 조금 했다. 우리들이 감옥에 갇힌 시간은 5년이었다. 강산이 바뀌기엔 아직 한참 남은 시간이었단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너무 급속도로, 너무 안 좋게 변한 것 같았다. 우리들이 히어로로 활동했을 시기보다, 빌런이라거나 재해 등이 급격하게 늘어났음이 수치로 증명되었기 때문이었다. 한월이 구해온 정보에 의하면, 이능력을 신고하지 않은 민간인, 혹은.. # 05. #.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트리거가 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가벼운 태도가 사라진 것은 어색하지만, 그에게 있어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지상에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지하에 자리 잡은 우리들은 천장에서 아주 조금씩 새는 빗방울을 바가지로 받으면서, 옹기종기 모여 이불을 두르고 있는 채였다. 난방이 안 되어, 몹시도 추운 탓이었다. 에취, 대답을 해야 했는데, 나는 재채기가 자꾸 나와 아무런 말도 잇지 못했다. 보다 못한 네르샤가 관의 문을 열고 나를 집어넣고 나서야 나는 안정을 되찾고 계획을 말할 수 있었다. #. "야, 글라우 뭐래냐." "모르겠는데." "헐, 맞다. 선배, 미안해요. 그거 방음 잘 돼서 안 들려요." "야!!" #. "우리들은 현재 이목이 집중.. # 04 #. "그래서, 글라우 언제 일어날 것 같아?" "오늘은… 가망 없어 보이는데." "자아아암깐만요. 근데 왜 선배와 관련된 건 전부 크레바스에게 물어요?" "그야 글라우랑 얘기했을 때 싸움 안 나는 건 크레바스뿐이라?" "삿스가 글라우 모두와 싸우는 거구나 슷게" "쟨 뭐냐고." #. 나오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애석하게도 말이다. 신문을 뒤져도, 인터넷을 켜봐도. TV나 뉴스에서조차 십삼월의 폭발에 대해 찾을 수가 없었다. 남은 것은 우리들의 기억이라지만, 우리들은 그 무엇도 떠올릴 수 없었다. 규칙적인 한 사람 분의 숨, 가라앉은 네 사람 분의 숨…. 그들은 기나긴 침묵 끝에 결론을 내렸다. 어쨌거나 그 대폭발과 우리의 연관성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으니, 우리들이 할.. # 03. #. 한 가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가에서 정의한 히어로는 이능력을 갖거나, 그에 준하는 신체능력을 통하여 국가 질서 설립에 이바지하고, 특수 범죄를 제지하는 역할을 맡는 일종의 특수 경찰이다. 학력과 성별, 나이에 무관하나 일정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히어로가 될 수 있는 편이었다. 국가에서 특수 기관을 설립해 그들을 한 소속으로 몰아넣고, 일반 회사에서 부서를 나누 듯 그룹을 나누어 활동시키게끔 하고 있다. 그들은 몇 가지의 특혜를 받는데, 그중 하나는 공동의 책임이었다. 한 사람이 임무에 실패한다 하여, 그 실패한 책임을 혼자 짊어지지 않는다. -경험 상, 뭇매는 혼자 다 맞긴 했다. 군중 심리가 그런 거지, 뭐.- 즉, 우리들은 서로의 실패에 조금은 너그러워질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