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로그

찾은 뒤에 어쩌게?

우리끼리라고 언제까지나 어릴 수는…. (너는 그렇다지만, 나까지? 이게 농담인지, 진심인지 알 길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그게 네 꿈이라면 응원해주면 그만, 그게 네 장난이라면. …음! 얘가 그 콘셉트를 버리지 않았구나, 하고 납득하면 그만. 중요한 것은 결국 너였기 때문에, 나는 괜히 고개만 콩콩 움직일 뿐이었다. 나는 어른이 되어야지. 하루빨리 어른스러워져야지. 네 어리광을 받아주려면 20대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 장난스러운 말이 새어 나오고, 눈을 깜빡인다. 뭘 몰아서 받겠다는 거야? …뭘!? 계약서를 제대로 안 읽은 듯한 기분은 괜한 기우겠지? 라테아의 얼굴을 괜스레 닦아주면서 속삭인다.) 언제는 내가 안 받아들였다구?

 

…하하! 하지만 방법은 없을 걸? 누구라도 갑자기 작아질… 수는… …없는… 데……….

 

(이건 작아진 게 아니잖아?! 아니, 작아지긴 했지만. 어려지기도 했지만! 이런 걸 의도한 게 아닌데? 라테아의 말처럼 트집 잡을 부분 하나 없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부끄럽잖아부끄러우니까안하겠다고한건데. 갑자기 낮아진 시야와 달라진 나잇대. 다른 점은 조금 많지만, 낯설다고 할 수 없는 얼굴…. 뭐라 할 말을 잃고 고개 숙여 응시하던 세이렌이 얼굴을 천천히 쓸어내린다. 그러니까진짜해야해?진짜?그정도로받고싶은거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 입방정? 고작 삼 년 사이에 가벼워진 내 혓바닥…? 아니면 네 특기를 간과한 내 순진함……?)

 

…어린 아이야 좋아하지. 좋아하는데…. 속내가 나랑 동갑인 걸 아는 이상 마냥 좋아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그러나 곧 허리를 숙여, 작아진 라테아의 옆구리에 손을 넣는다. 번쩍 들어 올려서 이리저리 살피는가 싶더니, 그대로 폭 끌어안는다. 비비적거린다는 건 어떻게 하는 거더라. 마냥 아이의 모습인데 어리광 부리는 것처럼 구는 것도 좀…. 등을 토닥이는 손짓이 자연스러운 것을 보아, 몇 번 해본 것 같기도 하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듯 한 바퀴 돌기도 하고, 안은 자세를 고치기도 하고. 가볍게 기댄 뺨을 비빈 후, 이마를 콩 맞댄다. 이런 거 좋아해? 장난스러운 속삭임을 마지막으로 라테아를 내려놓았다. 자, 이제 돌아올 시간.)

 

 

교화될 사람이나 교화된다는 건 이해해. 악이란 건 말이야, 정말 이유 없이도 태어나는 법이니까. 하지만 교화의 방식이 폭력 이어선 안 돼. 많은 대화가 필요하고, 많은 이해가 필요하지. 우리들은 최악을 피하기 위해 선해지고 있잖아. 그러니 그들에게도 선해져야 해. …네가 그러길 마냥 바라는 건 아니야. 널 아니까. 그냥, 그렇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 (이내 흔드는 손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기울인다. …익숙해지면 평범하게 볼만 하다고? 그건 조금… 너무 잔인한 말 같기도…. 이제야 사태를 파악했는지, 표정이 심각해진다. 어? 안 되는데. 널 닮아가면 조금 곤란해지는데. 당사자를 앞에 두고 이런 말을 중얼거리는 것을 보아, 조금의 반성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왜 속내를 드러내면 두려워할까. 나는 그것이 예전부터, 아주 오랫동안 궁금했다. 알고 싶어서 궁금해하는 게 아닌가? 너도 그렇게 생각하려나. 평범하다는 것은 보편적이란 소리인데. 너도, 나도, 그 평범함을 알지 못하면. 정말 그게 평범하다 지칭될 수 있는 걸까? 비밀을 만들고 싶지 않았고, 비밀을 만든다면 들키고 싶지 않았다. 이런 간절함에도 유지될 수 없는 관계라면…. 나는 눈을 깜빡였다. 뭐, 어느 쪽이든 괜찮다. 네가 이해해줬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됐다, 생각을 끊자. 해서, 세이렌은 라테아의 말에 작은 웃음을 터트린다. 네가 오죽 사고를 쳤으면 그랬겠니? 그 신뢰를 부수려면 네가 조금 힘내 줘야겠다. 소곤소곤. 제게 쏟아지는 무게를 받아들이며, 세이렌이 손가락을 꼼질거렸다.) 응. 앞으로도 모쪼록 잘 부탁해…. (나도 이런 이야기는 잘하질 않는데 말이야. 살포시 새어 나오는 목소리와 동시에, 라테아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넘겼다.) 

 

 

아냐, 오늘부터 있을 것 같아. 있어, 이거 분명 있으니까. 칭찬에 놀라 쓰러지는 사람, 있을 테니까! (차가운 온도에 어깨가 움츠러든다. 그러나 그보다 급한 것은 앞으로 벌어질 감당 불가의 사태인지라, 손을 덥석 잡고 눈썹을 늘어트린다. 열심히 빚어보인 애처로움이다.) 틀려! 다섯 개 중 하나는 악플일 걸? 그리고, 그리고,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지만. 사실 와닿지도 않지만. 면역이야 당연히 있다지만! …너네들이 하는 건 부끄러워. 터져, 분명 얼굴 터져버릴 거야! 싫진 않지만, 그렇지만, 그게, 시, 시험 잘 봤다고 잘난 척하는 기분이란, 말, 말이야…. (결국 얼굴을 반쯤 가렸다. 아, 벌써부터 부끄러워서 기절할 것 같아….) 

 

(입술이 꾹 눌린다. 약한 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쏙 들어가는 것이 빠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어? 묻고 싶었지만, 그 답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말을 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슬플 것 같은데. 정말 많이. 자비는 눈물과 비슷한 성질을 띄고 있다. 스스로를 향한 보호. 내어준다는 것은 약점을 닮아 있었으나, 결국 그것이 나를 지켜줄 방패가 되어줌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겁쟁이의 생존 방식은 다 이런 모양을 띄니까. 그래서, 슬픈 건데. 잔혹해질수록 무너지는 건 마음이지 않나? 슬금 손을 잡아 내리면서 시선을 돌린다.) 그러면 나만 슬퍼할게. 많이 티 내진 않을 거야. 

 

 

(물론 카메라가 있다고 울음을 그칠 수 있다거나, 기적처럼 웃을 수 있는 건 또 아니긴 하지만. 이 부분은 옹졸하게 침묵했다.) …진짜… 노력하긴 했지. 하지만 여긴 일하러 온 거잖아. 동창회도 아니고, 추모식은 더더욱 아니고. 이런 사건 한가운데에 서서 생각이 다 표정에 떠오르면, 그게 뭐야! 시말서 써야 하지 않을까…? (킁. 괜히 코를 훌쩍였다.) …네가? 다른 애들한테도 물어볼까? 대체 누굴 만나고 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중에서 너만큼 기억에 잘 남을만한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 허구한 날 대련하고 와서 코피를 흘리지 않나, 프롬 파티 때에는 갑자기 술을 가져오질 않나…. (흐릿한 인상인가? 라테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세이렌이 코 끝을 찡그렸다. 딱히 그런 건 또 아닌데. 조금 하얗긴 하지만…. 하여튼, 요즘 사람들 보는 눈이 없다니까? 쫑알쫑알 떠들던 것이 이어진 말에 꾹 맞물린다. 이런 건 눈치가 좋아서….) ……바빠서 청소를 못해가지구? 그냥 화분이 깨진 것 정도…. 

 

…난 못해. (미지의 세상은 무섭고, 알지 못하는 것들은 두렵다. 태어난 이상 당연히 갖는 공포임을 안다. 다만, 나의 경우는 남들보다 조금 더 심할 뿐이라서. 평범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순간 애쓸 필요를 느끼지 못할 테고, 실패가 거듭되어 마음이 부서진다면 주저앉을 것이다. 누군가는 너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겠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내게' 허락될까? 내가, 나에게. 그걸 허락할 수 있을까. 눈동자는 언제나 불안으로 흔들린다. 따라 웃어야 한다는 위기감은 들었으나 도저히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조립은 추억이, 흔적은 기억이, 실금은 기록이 되겠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개체가 나인 이상 불가능했다. 그래, 이건 확신이다. 이런 마음을 몇 번이고 정제해 드러내 솔직해지고자 노력했지만 뭘위해서?이해받고싶어서?변명하고싶어서?솔직히모르겠다말해봤자좋은대답은못들을텐데. 나는 도통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야 이런 마음이 제대로 된 마음일 리 없지 않은가. 나도 내 문제점 정도는 안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모양으로 살아가는 거 아니겠는가? 짧은 웃음을 터트렸다. 어긋난 타이밍이었다.) 응, 못 할 것 같아. 무리야.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가라앉는다. 화를 내거나 원망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사과를 덧붙이려다가, 말았다.)

 

(마주한 눈을 몇 번이고 깜빡인 뒤에, 장난스럽게 코 끝을 찡그린다. 무슨 생각해? 답을 바라고 묻는 것은 아니었다. 속삭임에 가까운 것을 내뱉고서 듣는 말에 느슨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같이 있으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각보다 많아 보이지만. 이런 순간에서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와 앞으로 벌어질 최악을 생각하는 건 여전하지만. 그래,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바뀌니까. 변화를 습득하고, 익혀나가는 존재니까. 시시한 긍정론을 펼쳐볼까. 꼼질거리던 손을 내리고, 라테아를 한 번 꼭 끌어안은 뒤 놓아주었다.) 정말이지? 이번에도 숨어버리면 그땐 정말 꿈속에라도 찾아갈 테니까. 

 

 

플래그야!! … 그건 그렇지만, 부정할 수는 없지만! 다행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 그렇다고… … 그렇구나. (납득했다.) …한결같아서 다행… …인 거 맞지? (어허.) 네, 네가… ……응. (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진지하게…. 살짝 상한 눈이 되어 라테아를 흘겨봤다. 그런 식으로 말해도, 안 말해줄 거거든. 물론 이 결심도 오래가지 못한 채 미주알고주알 다 일러바칠 게 뻔했으나….) 그러엄, 그렇게 할게. 그러니까 내 전화 안 받으면 안 돼. 나 말하려고 했는데 네가 전화 안 받아주면 심신 미약으로 기절할지도 몰라. (엄살이다.) 

'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구새끼….  (0) 2022.04.13
도주  (0) 2022.04.12
키르케  (0) 2022.04.08
삐걱삐걱….  (0) 2022.04.06
지유에게.  (0) 2022.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