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라는 말이 얼마나 무겁고, 또 얼마나의 책임감이 필요하는 말인지. 당신, 알고 있나. 그러나 나는 평생 그를 원망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은 책임감으로 살아가는 존재인지라. 아예 가벼운 어깨만으론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인지라…. 괜찮은 사람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성적인 걸까? 그 역시 모르겠다. 남을 고려하듯 스스로를 알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네 음절에 깃들어있는 작은 바람을 짚어나간다. 이건 오만인가, 자만인가. 어느 쪽이든 좋다.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응, 그렇게 할게. 기쁘지 않다면 이상한 순간이 있고, 나는 늘 기쁨에 취약한 사람이었다. 상황이 조금만 더 나았다면 나는 너를 끌어안고 빙글빙글 춤을 췄을지도 모르겠다. 애석한 일이라는 감상이 짧게 스치고, 나는 이 기나긴 불행 중 오늘을 행복이라 지칭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것은 변화하는 법이지. 하지만 그럼에도 겨울이 끝나면 봄이 와. 여름의 바다는 미친 듯이 빛나고, 가을의 나무는 색색깔로 물드는 걸. 누구나 천성을 바꾸진 못해. 최초로 소유하게 된 성질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어. 나는 바뀌는 순간 마음이 무너질 거야. 그러니까 널 쓸쓸하게 두지 않을게. 너나, 나나. 아주 느리게 삶을 걷게 될 것 같으니까. 나는 작게 손가락을 튕기며 덧붙였다. 내가 너희들에게 한없이 약해서, 너희 부탁은 못 들어줄 수가 없다는 걸. 말했나 모르겠네. 세상은 언제나 빠르게 바뀌고, 빠르게 달려 나간다. 느긋함을 허락하지 않다니, 야속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남겨진 이들이 조금만 늘어나도 이 빠른 세상은 한없이 느린 바람을 허락한다. 그게 다정이길 바라며, 그것에 네 눈꺼풀이 굳게 닫히길 바란다. 시시한 꿈과 같은 마음이었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있어. 누구나 내 걱정과 당부를 기쁘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점점 하지 않게 됐어. 오지랖이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안 거지….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들어서 했어. 기분 나쁘지 않았다면 다행일 거야. 기쁘다는 느낌이네…. 미안해하지마. 이건 내 천성이니까, 네가 미안해할 건 아무것도 없어. 재회하기 전의 나는 제법 시시한 인간이었을 텐데. 중얼거림으로 말이 끊어지고, 웃는 것을 바라본다. 나는 여러 사람을 만났고, 여러 표정을 지켜봤다. 한결같이 묻어나는 감정이 있기 마련이었다. 너와 같은 웃음이 아니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짚지 않고, 애꿎게 손을 뻗어 소매나 짧게 잡아본다.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너는 락스타의 재능이 있어. 코러스 넣어줄게. 나 화음 잘 쌓아. 가벼운 투였다.
고작해야 스물하고도 2년을 더 산 우리가, 죽고 사네를 고민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자조적인 웃음이 새어 나오고, 나는 손가락을 꼼질거렸다. 응, 안 죽어. 그 대답을 믿을 수가 없는 건 어째서일까, 누구의 탓일까? 나는 알 수가 없어서, 잔잔한 하늘 아래 몰아치는 폭풍우를 떠올린다. 애써 웃지 말라고 말하는 것도 버거운 것은, 우리가 너무 급하게 어른이 된 탓일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 늘어나고, 먼지 쌓인 진심을 툭툭 턴다. 이름을 걸고 약속할게. 적어도, 이곳에서는 죽지 않아. 지킬 자신 없는 말만 늘어나고, 나는 고개를 툭 기울인다. 동창회처럼? 말 끝을 장난스럽게 늘린 것만이, 이 분위기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