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소리야앗!? (어쩐지 머리 한 구석이 지끈거리는 기분에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하지만 이제 너나 나나 어른이잖아. 어른스럽게 구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어. 어린아이에서 탈출은 해야지, 나도….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마주 안아주는 것에 고개를 폭 기댄다. 응, 어른 되고 나서는 만나지도 못했으니까. 순순히 대꾸하며 눈을 꼭 감았다. 편하네! 장난스러운 어투였다.) ……그래. 나보다 작아지면 해줄게. (한쪽 눈썹을 들썩이며 이야기했다. 이 쪽은 장난이 맞다. 갑자기 무릎을 꿇어도 안 해 줄거지롱. 빡빡하게 기준을 잡을 거니까….) …그러면 됐어. …………빌런들도… 사람이니까…. 교화시키는 쪽이….
…고작이 아닐 것 같지만 말이야! 그거 엄청난 고행이라고. 현실적인 악몽도 싫어, 오래 꾸는 악몽도 싫어. 재미있기야 하겠지만, 막상 저지른다고 하면 마음이 좀 약해질 것 같네. 실컷 웃어놓고 이런 소리 하면 너무 안 맞나아…. (자연스러워. 약간의 불만과도 같은 볼 맨 소리가 새어 나온다. 웃음을 꺼트린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렇지만. 너조차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를 걸. …아, 너무 부정적인가. 하지만, 음, 불신인 건 아니야. 사람은 너무 쉽게 바뀌고. 비밀이라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안 생기는 것도 아니며… 드러낸다고 하여 전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건 아니니까. 적어도 난 그래. 음, 응. 역시 어렵네. 속에 있는 말을 전부 꺼내면 상대방이 겁먹고 도망치니까. 적당한 비밀을 만들거나, 말을 가려하지 않는 이상 신뢰받기가 어렵거든. (잠깐의 공백. 기댄 고개를 무의식적으로 비볐다. 눈 몇 번 깜빡거리는 것이 이어지고, 다시 사르르 감기고 만다.) …하지만 너는 아니잖아. 봐, 앞으로도 믿어주겠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네게는 솔직해. 가리는 건 있어도, 숨기는 건 없어…. 불확실한 미래지만, 이건 약속할게. 나는 변하지 않을 테니까, 계속 이런 상태일 거야. …하지만 널 실망시키긴 싫으니 큰 잘못도 안 저지를게. 그냥 넘기는 것도, 용서하는 것도. 감정이 너무 많이 필요하거든. 힘들어, 그런 거. (…조금 뻔뻔한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 평범하고 조금 더 둥가둥가 해주는 게 과해! 분명 못 버텨! 무서워! 칭찬에 침몰돼 쓰러지는 건 부끄러워서 못 견뎌! (질끈…. 면역이 안 생긴단 말이야. 너네들이 하는 건 부끄럽다고…. 목이 시뻘게져서 하는 이야기니, 아예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다. 그러나 곧 개미만 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건, 싫지는 않다 정도의 웅얼거림이었다. 미간을 누르는 손길에 슬그머니 눈을 뜨고, 라테아를 올려다보면서. 입술을 아주 많이 달싹이고 말았다. 나오는 말은 없었지만, 마음만 엉성하게 엉키고 풀리기를 반복한다. 예상하고 있다는 말에 기뻐해야 하나? 아니면 슬퍼해야 하나. 분명한 것은 네 공감이 다행일 뿐이었다. 네가 바란다면 나는 그것을 들어주려 노력하겠지만, 이따금 어쩔 수 없는 불가의 법칙도 존재하기 때문에. 분명 마음에 스크래치가 생길 것이오, 그것은 상처로 변질될 것이다. 네게 상처받고 싶지는 않다. 생기는 순간 이 거리에 또 한 번 선을 그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건 무섭다. 역시, 나는 겁쟁이에서 자라질 못했는가 보다.) …그건 조금 슬픈 가치네. (작은 웃음소리. 생각을 전부 끊었다.)
…많이 좋아진 거야. 애당초, 카메라 돌아가면 이러진 않아. 나도 긴장이 풀리기라도 했나 보지, 아마추어같이. 응, 근데 그건 좀 이상하다. 내가 네 얼굴을 잊을 수 있을까? 한 오십 년이 지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고작 삼 년 정도로는 잊지 않아. 매일 아침마다 얼굴 봤던 룸메이트를 어떻게 그리 쉽게 잊겠어. 그리고 네가 좀 쉽게 잊히는 사람도 아니잖아. 그 정도는 언제나 할 수 있을 거야, 기억이라도 잃지 않는 이상…. (고개를 끄덕이다,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집을 이젠 치워야 하겠구나…. 유리 조각들부터 치워야지…. 중얼거림이 작아지고, 곧 부스스 웃어지는 낯으로 변해 덧붙인다. 응, 침대방 너 줄게. 거기 숨어서 쉬다 가. 룸메이트 또 생기겠네….) 하지만 그렇게 빡빡한 규율을 세우지 않고, 마음에 여유를 두면 나는 뭐든 제대로 못할 테니까. 목표가 없고, 이유가 없으면.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다가, 마음이 부서져서 주저앉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걸로 충분해. 그래야 하고.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들 한다. 그리고 나는 아주 오래 전에 만난 별을 다시 찾은 기분이 들었다. 새삼스럽고, 어처구니가 없게 말이다. 웃는 소리, 반짝이는 눈. 손 끝이 닿아 간질거리는 느낌, 놓아주지 않아 여전하기만 한 체온. 기쁘다는 말과, 행복하다는 말. 아마 나는 평생 '그걸로 충분해?'라는 질문을 달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적어도, 네 옆에 내가 있는 한 그 마음을 떨칠 수 없겠지.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지금 이 순간에는 웃으며 그렇구나,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네가 행복하다고 했잖아. 그래서. 그렇게 말해줘서…. 코 끝을 건들던 손가락이 그대로 뺨에 닿는다. 라테아의 오른쪽 뺨을 쓸면서 세이렌이 속삭인다.) 응, 그렇게 해줘. 안 그래도 조금 외로웠거든. 갑자기 혼자서 자려니까.
그런 말 그만해! 멈춰! 그거 다 플래그야, 응? 그러다 진짜 꺾이면 어쩌려고 그래? 응?! 나 부정적인 생각에 기절하는 거 보고 싶어?! (거의 뭐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틀려어어엇! 그냥 비밀로 해달라는 거야, 너한테만 말하겠다는 거야! 묻지 않아도 돼, 그런 부탁 안 할게!! 아니, 하…. … 내가 저지른 일이면 내가 수습해야지, 널 끌어들이며 어떻게 하겠다는 뜻이 절대 아니니까. 절대, 절대, 절대 그런 생각 하지 마…. (시야한테도 절대 말 안 해야지, 그냥….)
(마찬가지입니다. 편하게 받아주시고… 대충 스루해주시고… 언제나 감사하며…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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