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났군. 이런 결과를 바란 건 아니었는데. 책임질 수 있는 만큼 일을 벌이는 게 주특기였다고 생각했건만, 오늘만큼은 오답이었나 보다. 갑작스럽게 팀을 잃고 이리저리 떠돌게 될 사쿠랑 치요를 고려해서 해체는 철회해 줬으면 좋겠는데. 나 때문에 걔네는 무슨 피해니? 이 참에 소우야마 팀으로 하나 개설시켜 달라고 건의해 볼까.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고, 빈 손을 쥐고 폈다. 할 말이야 많지. 속상하기도 하지. 왜 그러냐고 묻고 싶지도 하지만 당신의 한계가 여기라면 그래,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아니다.
…그 전에… 카츠에, 당신이 잊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나는 당신을 이해하는 만큼 당신에게 칼을 꽂을 방법도 아주 잘 알고 있어. 어떤 말로 당신이 상처 입는지, 어떤 행동이 당신을 힘겹게 만드는지. 애정과 배려는 다정한 질타였지. 나는 칼을 갈 수 있고, 활을 쏠 수도 있어. 원래 상처는 아는 만큼 허용하는 법이니까. 소우야마 아키가 에카와 카츠에에게 상처받지 않는 건 그래서야. 너는 나에 대해 모르니까.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단 한 번도 채점한 적 없으니까. 그에 비해 나는 당신에 대해 꽤 오래 생각해 왔어. 자주 질문했고, 자주 이해했고, 자주, 관찰했어. 비겁한 거짓말쟁이도 어쩔 수 없잖아? 비리 정치인도 기자들 앞에선 속수무책이야.
하지만 불쌍한 에카와 카츠에를 위해, 이번만 참아줄게.
당신이 무얼 하려는 지 알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일을 하겠다는 뜻이겠지. 거절할 수도, 반항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만 받아들이려고. 폐부에 칼이 박혀도 사람은 바로 죽지 않거든. 숨에 물이 섞이겠지만, 그게 바로 가라앉는다는 소리는 아니야. 괜찮아, 나는 여기에 가라앉아본 적이 있어. 결국 떠올랐고, 살아남았고, 살아가겠지. 그러니 감당하지 못할 것도 아니야. 근데 그거 알아?
"그날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리고…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해요. 제가 일찍 왔으면 이렇게는…."
"한계였던 거겠죠. 와줘서 감사해요, 소우야마 씨. 덕분에 전멸은 피했잖아요."
"제가 없어도 나카하라 씨가 어떻게든 했을 텐데요."
"지금보다 어려운 해결이었겠죠. …그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죠?"
난 당신을 잘 알고,
"헉, 죄송해요, 소우야마 씨. 이게 소우야마 씨 건 줄 몰랐어요."
"괜찮아요. 읽진 않으셨죠?"
"네, 네! 어차피 일본어가 아니라서 벌써 기억도 안 나요. 근데 혹시 일기… 예요? 안 쓰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간마다 쓰는 타입이에요. …그렇지만 비밀로 해주실 거죠? 부끄러워서."
그에 대한 대비를 했으며,
"나는 네가 늘 걱정된단다, 아키."
"위험한 짓 해서요?"
"아니, 변화를 몰라서."
변하질 않아.
그러니 네가 날 상처 주고 밀어내려면 나에 대해 천오백 년 정도는 더 공부해야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