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설이 잊힌 땅, 찬란의 봄을 맞이했는지. ”
인장
외관
쏟아지되 짓밟힌 폭설. 얼어 죽은 장미. 울음을 터트린 밴시, 음산한 여인, 굼뜬 겁쟁이.
검은 문에서 나와, 벨이 처음 만난 사람은 시인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더듬더듬 말하는 벨의 말은 듣지도 않은 주제에, 황홀경에 젖은 사람처럼 커다란 눈을 깜빡이더라. 결국 그는 벨을 바라보며 이상한 시를 지었고, 그것이 현재까지의 벨을 지칭하는 유일한 문장이 되었다. 폭설처럼 새하얗지만, 어딘가 발자국이 남은 것처럼 탁한 회청이 뒤섞인 머리카락. 꽁꽁 얼어 죽을 것처럼 어둡게 질린 분홍색 눈, 몇 날 며칠을 실신할 것처럼 울기라도 한 듯 빨갛게 짓무른 눈가. 그에 대조될 정도로 창백하게 질린 피부. 굼뜬 말과 굼뜬 행동. 바짝 말라 부스러질 것 같은 팔, 서있는 게 고작일 것 같은 다리. 공포에 질린 눈, 겁을 먹은 몸짓. 고유의 음울함, 특유의 음산함. 고귀함이나 찬란과는 거리가 먼 여인.
그리하여 오메르트의 폭설.
벨 오메르트.
키 / 몸무게
164cm, 55kg
이름
벨 오메르트
나이
25세
성격
음울한 밴시.
얼어붙은 감정.
얼음 송곳니 모형의 말.
오메르트 백작에게는 세 명의 자식이 있어. 첫 째, 포츠 오메르트. 둘째, 벨 오메르트. 셋째, 에스더 오메르트. 그중 포츠 경은 최근 기사의 작위를 받았다 해. 레이디 에스더는 최근 한 후작 영애와 함께 살롱을 열었다지. 오메르트 백작 부인께서는 무릇 귀부인들의 귀감이 되어주시고, 오메르트 백작은 늘 그렇듯. 알지 않나? 다정과 친절을 내세워 제 영지의 누구도 배 곪지 않게끔 노력하신다네. 그렇다면 여기서 누군가 묻겠지. '벨 아가씨는요?' 대답은 뻔하지. '방에 틀어박혀서 울고 계신다.'
무엇이 그렇게 서럽고, 무엇이 그렇게 억울한지. 방의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 채 울음만 터트리지. 그래서일까, 사람이 음울해. 불쾌할 정도로 우울해 보여. 그 창백한 피부나, 짓무른 눈가 따위를 볼 때면 내가 열네 살 꼬마 아이를 보는지, 아니면 늪에서 기어 나온 밴시를 보는 건지 구분되지가 않아. 그뿐이면 말도 하지 않을 터다. 사랑이라는 것을 알기는 할까? 제 사랑스러운 누이동생이 조잘조잘 떠드는 동안 웃음 한 번 지어주지 않고, 오라비가 제 나이의 두 배가 넘는 사람을 이기고 돌아와도 박수 한 번 치지 않아. 검을 경멸하고, 대화를 회피하는 사람인데.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있을 리 만무하지. 가족들에게도 그러하는데, 타인을 사랑할 수 있어 보이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배려 같은 건 심어두질 않았고, 그 불쾌하리만치 음울한 표정으로 상대를 무례하게 응시하는 건 기본이야. 제 이름 뒤에 오메르트가 붙은 건 순전히 운임에도 불구하고, 오만방자하게 입을 꾹 다물고 차만 홀짝이는 모습은 가관이라 칭할 수 있겠어. 마주칠 때에는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멎고 나면 불쾌함과 질척임만 남는 눈과 똑 닮은 사람이야. 그래서 별명이 폭설이지. 오메르트의 폭설. 북부의 봄, 오메르트의 수치.
근데 여기서 놀라운 걸 하나 알려줄까? 오메르트 백작가의 폭설께서는 올해로 고작 열넷 밖에 안 되셨단다.
데뷔탕트 날에, 초대장에 응할 사람이 있기나 할까?
-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벨 오메르트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 -
특징
북부 영지 오메르트.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고, 비가 오는 날보단 폭설이 더 잦은 북부 지역의 영지를 소유한 백작 가문. 눈을 맞아 자라 유독 단단하고 색이 검은 나무가 특산물이며, 이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산짐승 등이 많아 사냥과 목재를 통해 타 영지와 교류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재앙이 벌어지기 30년 전부터 오메르트 영지의 목재가 으뜸으로 쳐지더니, 목재의 값이 월등하게 뛰어 영지 자체만 봤을 때에는 풍족하다면 풍족한 땅이다. 영지의 소유자인 오메르트 백작 가는 영지민들에게 헌신하며, 그들의 일상을 책임지는 것으로 유명한 지라. 오메르트 영지에서 얼어 죽으면 죽었지, 굶어 죽지는 않으리란 속설이 떠도는 곳이다.
오메르트 백작 가문.
데키스 오메르트가 가주로 앉아있는 백작 가문. 밑으로는 포츠 오메르트와 에스더 오메르트가 있다. 오메르트 영지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들이라 칭해지는데. 이는 일 년 중 봄이라는 계절은 존재하지 않지만, 오메르트의 사람들이 곧 봄이다, 라는 말이 돌 정도의 인기이다. 그러나 둘째, 벨 오메르트의 경우. 오메르트의 폭설이라 지칭될 정도로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겁쟁이.
겁이 많다. 칼도 무서워하고, 도끼는 당연히 무서워한다. 화살도 싫고, 창도 싫다. 그렇다면 독에 대한 지식이라도 배우라 하니, 중독되는 것이 무서워 거부했단다. 좋아하는 무기라곤 조금도 없어 조금이라도 날카로우면 움찔거리는 편. 식기마저도 식사할 때 외에는 저 멀리 밀어두었다 하니, 얼마나 겁이 많은 가에 대해선 굳이 묻지 않아도 뻔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사냥으로 먹고사는 북부 출신임에 비해 싸움의 기술이나, 독의 정보 등이 전혀 없는 편. 유일하게 북부 출신임을 증명하는 것은 추위에 조금 강한 것이다.
찬란의 봄.
벨이 지칭하는 오메르트 가문. 재앙이 끝난 지 10년, 모두에게 잊힌 지 10년. 여전히 봄을 그리워하고, 찬란을 동경하고 있다. 그러나 오메르트 영지에 가지 않은지 벌써 10년이 지났으며, 오메르트 영지의 경계만 맴돈다고. 평소 오메르트의 일원들과 친밀하지 않은 것이 원인일 것이다. 평소에는 음울하기 그지없고, 겁쟁이처럼 움츠린 상태지만 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그것이 비단, 가문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들.) 미묘하게 웃는 모습을 보인다 하여 그나마 벨에게 가장 긍정적인 이야기 소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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