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텁텁한 맛의 초콜릿이다. 바닐라 크림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인생을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텁텁함에 익숙해지고, 쓴 맛을 즐기게 되는 게 어른이라 한다지마는. 우리들은 언제까지고 단맛을 선호할 터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텁텁한 맛의 초콜릿을 입에 넣는다. 슬펐다. 혓바닥이 아리도록 달았는데, 어찌하여 목이 막힐 정도로 씁쓸한지. 나는 눈을 감았다. 손가락에 묻은 코코아 파우더는 조금도 달콤하지 않았다.
추억은 결국 그런 것이었다. 코코아 파우더가 잔뜩 묻은 파베 초콜릿 한 조각. 삶보다는 조금 더 달콤하지만, 삼키고 나면 결국 텁텁함으로 변해버릴 그것. 아무리 잘 녹이고, 잘 굳혀도. 결국 입 위에 미끌거리며 남는 것은 행복이나 즐거움과는 결을 달리하기 때문에. 손가락을 혓바닥 위에 놓는다. 가루가 빙글빙글 춤을 추며 떨어진다. 짙게 쌓인 추억이란 이름을 입김으로 불고 나니, 혓바닥 위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럴 것이다. 다정한 색을 띤 그 눈동자에 대고 어떠한 말을 꺼내기가 버거운 것이. 가지 말아줘, 라거나. 버리지 말아줘, 따위의 애원이 자꾸만 목구멍을 틀어막아 나는 가느다란 검지의 온기를 끝끝내 붙잡고자 눈을 감았다. 눈꺼풀 안쪽이 따가웠다. 울음이 새어나와서, 견딜 수 없이 슬퍼서.
터무니 없을 정도로 메마른 목소리. 나는 무슨 답변을 할 수 있었나. 우리들은 앞으로 수 많은 이별을 경험할 터다. 그만큼 많은 만남을 갖게 되겠지. 하지만 우리가, 내가. 아직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야. 그만큼의 경험이 없어서, 그리하여 너희밖에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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