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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검거 30분 전. 공중전화.

 

그간 격조하셨나요.

바닐라예요.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저는 올바른 어른이 되기 위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참 노력했어요. 웃는 법을 배웠습니다. 다정을 모방하기 시작했습니다. 친절과 성실을 몸에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하나, 하나. 훌륭함을 배워갈수록 저는 저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그것이 저의 결함, 혹은 글러먹은 천성에서 비롯되었음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올바르게 혼나고 싶었어요. 나 혼자서는 도저히 훌륭함의 열쇠를 찾을 수 없어서. 이 글러먹은 결함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몰라서. 어린아이들의 동정과 다정으로 고쳐나갈 수 있다지만, 저는 어린 우리들에게 짐을 지워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하여 '훌륭한 어른'에게 혼나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올바른 사랑으로 교화되고 싶었어요. 성장통을 짧게 겪고, 멋진 어른이 되어. 그 시절 저를 돕고자 한 어린아이들에게 웃어주고 싶었어요. 괜찮아. 너희는 너희만을 생각해도 돼. 너희가 노력하지 않아도, 나는 방법을 찾아낼 거야. 

 

글러먹은 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감히 그런 것을 바랐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잔혹하고, 저에게는 다정하지 않았죠. 저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해서. 저는 아주 긴 시간을 방황했습니다. 답은 여전히 나왔고, 열쇠는 보이지 않아요. 우리들은 강제적인 성장통으로 하여금, 누군가의 재촉으로 하여금. 계단을 한 칸씩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성장, 그리하여 어른. 저는 훌륭함도, 멋짐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억지로 두 다리를 뻗어 걷고 있어요. 칠흑 같은 어둠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새하얀 빛이라. 시야가 멀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찌하여 이렇게 푸르른 하늘, 이렇게나 시리도록 밝은 태양 아래의 저는 점멸한 풍경만 갖고 있는지. 저는 그저 답을 찾고 싶었어요. 아주 이르게 온 사춘기에서, 졸업하고 싶었어요. 누군가 답을 알려주길 바랐어요. 어린 우리들끼리 겨우 찾아낸 불확실의 답이 아닌, 분명하고 확실한 신뢰, 답변, 그리고, 도움. 

 

그러니 동전도 넣지 않은 공중전화에 대고 이야기해봅니다. 한 번만. 길을 제시해주세요. 길을 찾아주세요. 믿어주시면 안 될까요? 살기가 힘들어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무한의 사랑도, 영원한 지지도, 한 번의 꾸짖음보다 마음에 깊게 박히지 않아요. 저는 자신이 없어요. 글러먹은 날 일으켜세울 자신감이 없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혼내주셔야죠. 제대로,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 주셔야죠. 모르겠어요. 이 갈 곳 잃은 원망과 글러먹은 나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누구와도 연락할 수 없고, 누구와도 이어지지 못한 나는. 언제까지 고립되어야 하나요? 성장통이 끝나질 않아요.

 

나, 아파. 

 

내 편을 들어주었으면 좋겠어. 날 이렇게 만든 사람들의 세상에서 살아가지 말아줘. 이 세상을 낙원이라 부르지 말아 줘. 나를 봐. 나, 좀 봐줘. 나 아파. 죽어버리고 싶어. 훌륭한 사람이 무엇인지 알려줘, 끝나지 않은 성장통과 사춘기에서 날 이끌어줘. 이 백야에서, 날 건져줘. 날 배신하지 말아 줘, 버리지 말아 줘. 혼자는 무서워, 고립은 싫어. 희생은 지긋지긋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노력은 그만하고 싶어. 

 

 

그러니까 나 좀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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