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걸. (퍽 옹졸한 변명이다. 세이렌은 입술을 모으고 중얼거렸다. 알고 있다. 알고 있긴 한데. 좀체 고칠 수 없는 건 내 천성이 원인일 것이다. 시야를 곁눈질로 흘겨보면서, ‘아, 안다니까….’ 정도를 중얼거렸다. 물론, 마음에 든다는 말이 나올 때 쯤 배시시 웃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그래, 시야는 이해해주는 구나, 정도의 마음이라도 든 탓이겠지.) 응. 절망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 같이 약한 사람은 꺾이는 순간 침몰해버려서. 앞으로도 열심히 대비해볼게. 네가 알아주니까…. (뭐야? 갑자기 진정하지 마! 세이렌이 가볍게 소리쳤다….)
응?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는 거야? 솔직히, 조금, 놀랐어. 알잖아, 나는, 늘 최악을 생각해서. 당연히 네게 미움 받는 경우를 생각했거든. 언제나. 갑자기 이유 없이 싫어진다거나, 내가 사고를 친다거나. 미움 받기 시작하면 지금의 관계도 바이바이, 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구나. 영영 싫어하게 되진 않아…. (이에, 세이렌은 배시시 웃고 만다. 울음이 그치니 웃음이 가벼웠다. 미움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역시나 희망찬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움 받은 경우, 영영 남이 될 경우를 고려해야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저 정도 말에 만족하기로 했다. 조금의 안도감이 든 탓이었다.)
나는 말야, 사람을 싫어하는 게 힘들어. 미울 수 있지. 원망스러울 때도 있을 거야. 하지만 연락을 끊어버리면 혼자가 되는 걸. 그게 더 싫어. 그 사람이 나를 상처 입히는 게 아니라면. 자꾸 최악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면. 얼마나 싫어지게 되도, 붙잡고 놓지 못할 거야. 나는 나를 잘 아니까, 분명 그렇게 할 테고. ……근데 마지막 말은 농담이지? (새삼 걱정.) 그, 그 정도의 계략을 짤 생각 아, 아니지? (…조금 많이 걱정.)
…친숙하다고? 왜…. (세이렌에게 그 말은 조금 의아한 것이었다. 빌런에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나? 잘 모르겠다.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외의 감정이 느껴지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이해하고자 노력하려 했지만, 근본적인 다름은 이해하기 힘든 법이었다. 하지만 별 다른 반박이나 말은 늘어놓지 않기로 했다. 그다지 도움 될 게 없으니까.) ……그러면 나 쉴 때 놀아줘. 백수는 한가하다고들 하니까. 나도 어른 되면 친구들이랑 놀아보는 게 나름, 로, 로망 이었거든…. (응? 나 스카우터랑 동급이야? 눈이 동그래진다.) 와악, 왜지? 시야 정도면 훌륭한 히어로가 될 텐데. 스카우터들이랑 ~나? 나를 빼면 다들 보는 눈이 없구나! (납득.)
응, 부정하지 말아줘. 그걸로 충분히 기뻐, 나는. ……앗, 음, 어? 그렇게 되는, 건가? 그런 경우는 상상도 못했…. …근데 여기서 내가 부정을 하면 전제가 이상하게 되네? 부정 아, 안, 안 할 게…. (우. 어쩐지 당당한 대답에 조금 부끄러워지는 건 세이렌이었다.) …그으래? 그렇구나. 그러면 나도 시야의 어머니를 만나 뵙는 거네! ………괜찮겠냐!! 잠깐만, 그래도 돼? 으응? 나, 나, 나, 나를? 네 어머님께? 그, 그래도 돼? 안 부끄러워, 되겠어? 되는 거야? 가능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