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야. 조금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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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란≫
솔직하게 말하자면, 인생이라는 것은 별 볼일 없는 것이다.
그래서 대단히 시시하고 역겨운 것을 삶이라 지칭하겠지.
하지만 살아있는 한 내일을 꿈꾸기 마련이다.
마음이 텅 비어도.
[캐치프레이즈]
넘쳐 굳은 범람의 밤
이름
패러사이드|PARASITE
아르모니아 아카데미를 졸업 이후, 공식적인 이름은 『 』
패러사이드는 활동을 위한 코드네임이다.
“ 시시하기 그지없는 인생이지? ”
성격
[ 고요한 / 미성숙의 / 외톨이 ]
나는 영원히 미성숙할 것이다.
공백의 시간은 아주 길었고, 나는 그 시간 동안 수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답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서, 결국 모르는 척 모든 생각을 덮어놓을 뿐이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나고 무엇으로 죽는가. 어찌하여 평온보다 행복을 추구하는가. 살아감의 이유는 무엇이고, 존재의 허락은 누구에게 받아야 하는가. 나는 그런 것들이 늘 궁금했다. 내일을 살아감에 있어, 꼭 필요한 대답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늘 혼자였지. 이 질문의 답을 찾기에 나는 너무 어렸어. 그래서일까. 나는 여전히 미성숙한 채로 남아 있었다. 어른이 되기 위한 퍼즐 조각을 하나 두 개씩 놓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주 자라지 않은 건 아니었다. 중요한 순간에 입을 다무는 법을 깨달았다. 눈치를 보면서, 조용히 웃을 수 있는 법도 깨달았다. 방정맞게 뛰지 않는 법을 익혔고, 부러움을 솔직하게 전하는 벙법도 깨우쳤다. 여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 공감할 수 있는 것 하나 없지만. 법칙으로 암기하니 못할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성숙한 채로 남은 이유, 생각보다 단순했다. 이 눅눅하고 아늑한 그림자에 녹아있었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옆자리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이 고요에서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이 외로움이 나의 가치라면, 나는 홀로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텅 빈 마음에도 내일은 필요하다. 그림자 속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려도 외롭지 않다고 수 차례 되뇌며 점점 외톨이 생활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나는 순응했기 때문에, 이 침묵에 적응했기 때문에. 성숙함을 배울 기회를 놓치고, 외톨이에서 벗어날 기회를 놓쳤다. 가여운 나를 위해 한 가지 변명을 해보자면. 이 것은 절대적인 나의 탓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전부 나의 탓이었던 적이 있었지. 세상 물정 모르고, 제 멋대로 날 뛰던 순간은 분명 나의 탓이었겠지. 그러나 지금은, 나를 기반으로 한 이 모든 상황의 문제일 것이다. 그래,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니 입을 다물기로 했다. 조용하게 상황을 지켜보다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나타나면 손을 드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하나요. 성숙해지지 못한 자들이나 입에 담을 질문을 툭툭 내뱉으면서, 주변 모두에게 경고하도록 하자. 이런 나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그냥 녹아내리게 내버려 두라고.
외관
거울을 보는 건 무척 오랜만의 일이었다.
나름대로 관리에 힘을 썼는데, 창백하고 푸석푸석한 피부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거울 속에서 그 어떤 전등보다 새빨갛고 흉흉하게 빛나는 제 두 눈을 바라보면서, 나는 두 가지 색깔의 머리카락을 베베 땋았다. 이렇게 해도 뭔가 부족해 보이는 것은 내 얼굴이 유독 낯설어서일까. 귀걸이는 무엇을 착용할지, 옷은 무엇을 입을지. 한참을 고민했으나 결국 고르지 못했다. 무엇이 예쁜지, 무엇이 못난 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고민에 입술을 씹다 보면, 당연하다는 듯 입술은 터져 피가 난다. 전부 송곳니가 기이할 정도로 날카로운 탓에 벌어진 해프닝이다. 아, 립스틱으로 가릴 수 있으려나~ 얼마 지나지 않아 번지겠지만. 이런저런 생각 끝에, 결국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갈라진 손톱 위로 새빨간 매니큐어를 덧발랐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치장을 하고, 나머지는 천천히 정해볼까나~ 생각을 정리하던 도중. 방을 빌려준 후배 녀석이 시끄럽게 문을 두드렸다. 쿵쿵. 아! 선배! 언제 나올 거예요! 왜 재촉이니? 짜증 나게 굴지 마. 톡 쏘아붙이며, 침대의 그림자로 쏙 녹아들었다. 준비는 반의 반도 못 끝냈는데 말이다. 옷은 어떡하고, 신발은 어떡하고…. 야! 들어와! 소리치자 후배 녀석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내가 난장판으로 벌려놓은 매니큐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침대로 다이빙하는 꼴이 가관이다. 선배, 집 좀 사면 안 돼요? 돈 그렇게 벌어서 어디에 써요!? 저 입을 때릴까, 말까. 조금 고민했지만 참기로 했다. 내 존재를 아는 몇 안 되는 녀석이니까. 특혜라면 특혜였다. 나는 대답 대신 그 녀석의 그림자로 녹아들어 소곤거린다. 야, 마침 잘 됐다. 옷 좀 빌려줘라. 녀석은 얼굴도 모르는 선배한테 어떻게 옷을 빌려주냐 노발대발하였기 때문에, 결국 그 녀석이 골라준 옷 중 가장 귀여워 보이는 것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하긴. 그 녀석, 키가 180 넘으니까. 빌려도 못 입었을지도. 고르는 내내 선배, 키가 왜 이렇게 작아요? 따위의 조잘거림은 듣기 시끄러웠으나 (아카데미의 내가 저랬을까?) 옷 고르는 센스를 봐서 참기로 했다.
아, 동창회. 며칠이나 남았더라….

이능력
Nosophoros
병을 옮기는 자.
어둠에 녹아들 수 있는 이능력으로, 사물 혹은 생물의 그림자에 숨어들 수 있다. 어둠에 숨어들면 기척과 형태가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에 물리적인 상호작용은 불가능하다. 단, 예외적으로 생물의 그림자에 녹아들었을 경우. 그림자의 주인과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림자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신체 일부를 녹아들 시발점에 접촉하는 것으로, 접촉과 동시에 빗방울 떨어지듯 육신이 허물어진다. 어둠이 존재한다면 그 사이로 횡단하는 것도, 며칠 동안 숨어 버티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림자에 녹아들었을 때에 타인이 의 기척은 알아챌 수 없다. 설령 그림자의 주인이어도 를 눈치채는 건 불가능이다.
나이
25
신장 / 체중
150cm / 54kg
기타
PARASITE?
현존하는 그 어떤 기록에서도 발견되지 않을 사람.
국가 직속 스파이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보안상의 이유로 모든 기록이 말소되었다. 따라, 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일각에서는 아르모니아 아카데미 출신이라고 하였으나, 아르모니아 아카데미 명부에서조차 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은 것을 보아 출신과 나이, 성별과 신체조건 그 어떤 정보도 확인할 수 없는 인물이다. 긴 세월 스파이로 활동하면 아주 약간의 정보가 남을 법도 한데, 그것 조차 남지 않아 이쪽 업계에서도 기이하다고. 하다 못해 같이 일하는 동료조차도 이름만 알지, 마주한 적이 없으니. 어떤 의미로 기괴하다면 기괴할 따름이다. 주로 정보 수집을 위해 활동하고 있으나, 안드로이드와 낙후 지역 사람들이 투쟁을 시작하면서부터 정치적인 이유로 그 외의 일 역시 맡아하고 있다. 청렴하건, 더럽건. 시키는 일은 무조건 해내는 그림자로 유명했으나….
LUNA!
아카데미 재학생 '루나'와 '패러사이드'가 동일 인물이라는 게 아르모니아 아카데미의 동창회에서 밝혀졌다.
문제는 해당 학생의 기록이 존재하지 않음에 따라, 정말로 재학했는가에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몇 동기들이 증언을 했지만, 공식적인 서류로 증명할 건 전무하다고. 따라 서류상 동일인물 인가를 따지면 '알 수 없음.' 물론 이런 의혹조차 남지 않도록 이런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했겠으나…. 바득바득 방명록에 이름을 적으며 (처음에는 공백으로 적어놓고, 인정받지 못하자 투덜거림을 쏟으며 '패러사이드' 라고 또박또박 적어 넣었다.) 입장했다. 향후 활동에 불이익이 될 수 있음에도 참석한 이유는 불명이다. 그저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 일 뿐, 별 다른 답변은 내놓지 않은 상태. 참석 이후 그를 루나라 호명하면 호칭을 정정해준다. 그렇다고 패러사이드라고 부르라는 건 아니다. 너, 당신, 그쪽, 네놈, 그대. 2인칭으로 취급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지칭되길 바란다. 애칭이건, 이름이건, 다 필요 없단다.
SILENT
살아는 있는 사람인지 의심될 정도로 기척이 없다. 발소리는 당연하고,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서는 심장 박동 소리까지 죽일 수 있다고 한다. 오래는 못하고, 아주 잠깐 정도는 쉽댔나? 목소리 톤마저 예전과 많이 가라앉은 채다. 여전히 언행과 행동은 가볍지만, 지독하게 가벼워진 탓에. 흔적도 무게도 남기지 않고 훌훌 떠나버릴 것 같은 민들레 홀씨가 되고 말았다. 스파이로 살아감에 이것저것 많이 배워왔고, 배워가는 중이지만. 그중 가장 공들여 습득한 것이 이 고요함이다.
(+)
물론 스파이로 살아가다 보면 싸워야 하는 일도 무궁무진하여. 전보다는 조금 더 잘 싸울 수 있게 됐다. 대단히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직업을 바꾼다면 군인이나 경호원을 진지하게 고려할 정도의 수준은 됐다고. 믿거나 말거나.
DONATION
하루도 쉬지 않고 활동해왔다. 일 중독이라면 중독일 수준으로 뛰어다니기도 했다. 국가에 소속되어 있으며, 활동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자산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나, 실제 자산을 까 보면 본인 소유의 집 한 채도 없다. 식비만 겨우 댈 정도만 수중에 남아 있고, 버는 족족 온갖 단체에 DIANA라는 이름으로 기부하고 있다. 이 탓에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해 그지 꼴로 다녀왔노라 스스로 밝혔다. (….) 기록 말소에 철저한 이지만, 유독 이 부분만큼은 숨길 생각이 없는 듯, 연결고리를 남겨두고 있다. 주로 각 도시의 보육원과 주로 각 도시의 보육원에 기부, 청소년들의 교육을 후원하는 형태로 쓰는 중이다.
INTELLIGENCE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정보에 능통하다. 당신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건 는 대체로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연락처와 거주지 정도는 당연하고, 현재의 직업이나 취미 역시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한다면 무엇이든 못 알아내겠는가. 그뿐일까? 온갖 기밀을 다 파헤치다 보니, 그쪽으로도 알고 있는 게 꽤 많은 듯하다. 바란다면 알려줄 수도 있겠지. 다만, 역시나 직업이 직업인 이상…. 입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애매한 웃음은 여기에서부터 태어난 것이다.
텍관
케이 로웰
여전히 유일한.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하리란 생각은 가져본 적 없어. 살아가면서 편지를 쓸 일도, 생존 신고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거든. 그건 비단 아카데미라는 벽 때문만은 아닐 거야. 태어나길 이렇게 태어나버린 나의 탓이 크지 않을까. 하여, 살아가는 나날에. 죽은 듯, 산 듯 버텨보려 했으나…. 내가 너를 생각보다 많이 좋아했나 봐. 그래, 조금보다 더 많이. 누군가를 이렇게 신경 쓴다는 건, 결국 친애라는 결말밖에 나오질 않네. 생각보다 보편적이고, 사람 같은 사고방식을 해버려서. 나 스스로에게 조금 놀라버렸어.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네 걱정이 짙어지지 않게끔 형편없는 글솜씨로 편지를 보내. 나는 나름 잘 지내고 있어. 일은 바쁘고, 조금 어렵지만. 내 수준에 딱 맞는 일이어서, 불편함 없이 살아가고 있어. 월급도 제법 넉넉해서, 잘 모으면 집도 금방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 안 마련하겠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직접 만나는 건 못하겠네. 하지만 네가 허락한다면 간간이 편지를 쓰도록 할게. 숨바꼭질하듯 놀러 가는 건 괜찮을 것 같네. 얼굴은 못 보겠지만 말이야…. 키, 너는 어때? 잘 지내고 있으려나? 네가 어디 가서 잘 지내지 못한다는 건 조금 이상한 말이니까, 괜한 걱정은 안 할게. 보고 싶어. 만나진 못하겠지만, 조만간 널 찾아가도록 할게. 태양이 떠 있는 한,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나는 널 금방 보게 될 거야. 너는? 음. 잘 모르겠네, 조금 기다려줘. 선물은 그때 보내도록 할게. 택배를 보낼 수가 없거든. 그러니 지금은 비단꽃향무만 보내. 어렵게 구한 거니까 잘 간직하도록!
답지 않게 친애를 입에 담으며.
당신의 룬이.
데비온 슈가러시
약속은 지켰어.
안녕, 다비. 나야, 아르모니아의 귀염둥이. 이렇게 말하면 이상해? 아, 고개 밑으로 돌리지 말고. 지금 서쪽에 사람이 서 있어서 그래. 네 명성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으니, 이 점은 양해해주길 바라. 아무튼…. 내가 누군지 알겠지? 이렇게 찾아오게 된 이유는 간단해. 지금 편지를 보낼 상황은 안 되는데, 여유는 생겨 버렸지 뭐니. 이 애매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고민하던 끝에, 내가 네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나 찾아왔어. 미안, 그래도 이런 식의 연락도 반갑지 않을까? 아마 얼굴 보는 건 어려울 거야. 사정이 있거든…. 그래도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건, 내가 네 그림자에 제대로 녹아들었다는 의미겠지? 그보다 세상에, 나는 네가 여러 의미로 유명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사전적 의미로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줄은 몰랐어. 그런 자리에 서면 떨리지 않아? 이래서야, 우리들의 추억이 잊히는 건 아닌 지 걱정되네…. 아, 네 얘기만 너무 하는 건 별로려나…. 잠깐, 대답하지 말아 봐. 남쪽에서 사람이 오고 있으니까. 참고로 나는 잘 지내고 있어. 뭐, 직장 사정을 낱낱이 말하기엔 조금 곤란하지마안. 그래도 내 수준에 맞는 일을 잘 찾아서 하고 있거든. 일에도 적성이 있다던데, 이런 면에서 나도 아주 쓸모없지는 않나 봐. 요즘에는 나름 기부도 하고 있어. 퍽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지? 그 시절의 사고뭉치도 천천히 성숙해지긴 하더라. 하지만 여전히 머리 묶는 건 어려워. 동그랗게 마는 건 옛날에도, 저번에도, 이번에도, 오늘도 실패야! 머리가 산발이 될 때면 네 생각이 난다니까…. …다비, 다비. 저기 있던 사람 갔다. 이제 대답해도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 거야?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편지론 읽었지만 역시 나는 말이 좋달까. 너만 허락한다면 편지 대신 이렇게 종종 찾아오고 싶네.
참, 너희 집에 꽃다발을 보냈어.
제비꽃 좋아해?
재생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