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겐 늘 솔직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이게 정녕 쌍방 이득이란 말이야…? 랄까, 내 말 듣긴 한 거지? ……아니, 내가 언제는 안 해줬는, 너도 진짜. (이마를 짚으면서 입술을 비죽인다. 중얼거림이 아주 작았다.) … 부비적 거리진 않을 거야. 나보다 큰 사람에게 그러는 취미 없어. (라테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비죽인 입술을 쏙 집어넣는다. 총총 가벼운 걸음으로 다가가 두 팔 크게 벌리고 끌어안는다. 이것도 오랜만이네. 속삭임이 작다.) 가끔 보면 전부 잊은 것 같아서. ……빌런한테도 그러지 마앗!!
그냥, 네 말이 너무 웃겨서. 꿈에 넣어 굴린다니, 그게 뭐야…. …넌 정말로 그렇게 할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재밌을 것 같아서…. (분명 꿈의 형태는 악몽일 테고, 당하는 사람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이런 거에 웃어버리다니. 나도 물들었나. 남은 웃음을 털어내고, 얼굴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솔직하게, 라니. 그게 제일 어려운 걸. 사람은 누구나 숨기고 싶어 하고, 강한 척 애쓰니까. 그래도 나름 잘하고 있지 않아?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네게는 늘 솔직했던 것 같은데…. 그야, 변해도 상관없다 말해주는 사람에게까지 거창한 비밀을 여럿 만들고 싶진 않으니까. 나를 관통하는 게 아니라면, 네게 숨길 필요가 무엇 있겠어. 이유도, 쓸모도 없는 고집을 부리고 싶진 않아. 사람은 누구나 믿음과 신뢰에게 솔직해지고 싶어 하니까. 나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어, 어째서 그렇게 무섭게 말해? 아, 아니야. 내가 눈치가 없었어! (허겁지겁 말을 내뱉는다. 내가 눈치가 없어서 몰랐다는 둥, 지금 생각하니 충분했던 것 같다는 둥. 기대하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은 건지, 중간에는 발음이 씹히기도 했다. 뭘 하려고? 대체 뭘 어쩌려고!?) 알고 있어, 다만. (다시 말이 끊어진다. 미간이 찌푸려지고, 잠깐의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몰아치고 나면,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온다. 조금 우울하고, 조금 밝은 표정. 세이렌이 이야기한다. 나는 이 걱정을 떼어낼 수 없을 거야. 아마 평생, 이런 생각을 갖고 살겠지.) 사람마다 단단함의 정도는 다르잖아. 시야, 네가… 단단해졌다는 건 기쁘지만. 나는 모르겠어.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단단해질 수 있을까? …네 성장을 부정하는 건 아니야. 그냥, 내가 겪어본 적 없는 걸… 이해하는 게 조금 오래 걸릴 뿐인 거지. 시간이 지나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걱정도 줄어들겠지.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 봐줘. 알 수 없단 말이야.
(거부했어도, 라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위의 말이 입 안에서 맴돌다 못해 표정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에 그냥 목소리를 닫았다. 얌전히 고개를 맡기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응, 그게 옳다. 모범 답안이네요, 이시야 씨. 앞으로도 힘내셔야 한답니다.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곧 눈을 가늘게 뜬다. 어? 웃으려고 해? …어쭈?) …알고 있네!? 아, 정말, 나 괜히 걱정했잖아…. …특기 안 쓸 때에는 무조건 알아봐 줄게. 노력할게에…. 저기, 그런 걸 뇌물이랍시고 내밀다 차이면 그건 그거대로 상처받을 것 같은… 어떻게 몰래 만나러 와? 무리! 절대 무리. …차라리 네가 몰래 보러 오지 그래? 아, 근신 중이니까 무리려나. 근데 네 특기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몰래 보러 오면 숨겨는 줄게. 찾아가지는 못해도, (손이 덥석 잡히고 말이 끊어진다. 동그랗게 뜨인 눈이 라테아를 향했지만, 피하거나 빼는 기색은 없었다. 도리어 왜애, 하며 묻는 것이 자연스럽다. 세상은 갚아나가야 할 사랑으로 가득 차있으니까. 어쩔 수가 없는 걸. 마주하는 눈동자를 응시하다가, 남는 손 하나로 라테아의 코 끝을 건든다.) 그거면 돼? 너무 쉬운 걸 요구하는구나. 난 네 옆에서, 네가 부탁한 모든 걸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뭘 그런 소리를 하고 있어?! (기겁을 하며 소리를 빽 지른다. 불안한 소리 하지 좀 마! 진심 가득 담은 타박이다.) ……저어,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은폐… 라는 게 전부 기절시키고 기억에서 지워 묻어버린다… 의 의미는 아니야. 알지? 그냥 비밀을 지켜달라, 정도의 소소한 부탁일 테니까…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