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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

Queen  2022. 3. 31. 11:03

사람은 너무 쉽게 변하지만, 한 편으로는 변하지 않으니까. 너는 다정하게 내 말을 늘 들어주었지. 하지만 마음 깊이 고려한 적 없잖아. 카임, 네가 나를 아는 만큼 나도 너를 아는 걸. 친구니까.

 

설마. 네 정신을 기워, 네 마음에 들게끔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타인의 감정을 눈치 채지 못하는 건 이상하잖아. 누덕누덕 기워졌기 때문에 예민해질 수 있다는 말, 나는 믿는 걸. 정말 그런 생각으로 버티는 건지 나는 알 길이 없지만. …나는 제법 확신하고 있는 걸. 모르는 척 웃으며, 이제는 내가 미워졌습니까, 라고 묻는 네 모습이 그려져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덧붙인 건 아니지? 글쎄, 그건 그 상황의 나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은 걸. 다만…. …난 친구랄 게 없어. 웃기지. 한 때 영원한 우정을 운운했는데 말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나는 너희가 전부였는데, 그마저도 이렇게 끊어졌잖아.

 

앨범을… …보내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네게 보내고 싶은 것들을 하나 둘 모아뒀었어. 어디에 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잃어버렸나봐. 밖으로 돌아간다면, 그래, 네 말처럼 장송곡이나 불러볼까. 옛날처럼 잔해 위에 서서, 마이크도 없이 말이야. …하하! 무슨 소리야? 과정을 좋아하는 건 소수밖에 없어. 아니면, 운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서 과정이 주목받은 거겠지. 사람들은 결과만을 사랑해. 왜 우리가 최악을 면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데. 왜 최악의 상황이 닥쳐왔을 때, 노력도 하지 않았느냐 비난하는데. 더 잘 팔릴까. 음, 난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목소리를 잃으면 난 인어공주가 될 거야. 더 이상 심해도 날 받아주질 않겠지.

 

나는 내 특기를 알아. 한계도, 어떻게 써야 하는 지도. 정확하게, 제법 세밀하게. 하지만 겪어본 적 없는 건 대답할 수 없네. 이렇게 말하면 궁금해질까? 꼭 이 목을 쥐어뜯어야겠다, 라는 마음을 불러오려나. 글쎄, 그래도 하나 대답을 해주자면. 나는 침몰시키기 위해 살아. 발전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땐 정말 물거품이 되어버릴지도. (아는 것은 적고, 할 수 있는 것도 적다. 깜빡이는 두 눈으로 카임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눈물이 더 이상 흐르지는 않았다. 앞으로 몇 번이고 더 고이고, 떨어지겠지만. 적어도 그게 지금은 아닌가 보다. 웃음이 묻어나는 시선에, 목소리에. 세이렌은 입술을 달싹이다 눈을 감았다. 물길 위에 온기가 닿고, 세이렌이 손을 들어 카임의 눈을 덮어 가린다. 촌극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모든 게 웃겼다.)

 

…안개와 파도, 누군가를 이끌기에는 딱 좋겠네. 하지만 알잖아. 나는 그런 짓 안 해. 네가 소용돌이가 되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에게, 이름값을 하라니. 그것도 조금 잔인하네. …그래? 그러면 피자나 파스타가 좋을까. 친구 놀이도 질렸어? 돌아간 이후에도 너는 선택할 수 있겠지. 수락하거나, 거절하거나. 어느 쪽도 상관없어. 애당초 답례를 거절한 건 나잖아. 하지만 널 못 본 시간이 길어서. 답지 않게 영원한 우정을 증명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지. 시시한 요구였으니 무시해도 괜찮아….

 

(정적이 이어지고, 손 틈을 살짝 벌린다. 눈과 눈을 마주하며 한참이나 바라보던 세이렌이 배시시 웃어 보였다.) 그래? 그러면 우리들의 감정은 영원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