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쓰고 싶은 만큼 쓰고 안 쓰고 싶어 지면 안 쓰는데 나는 아직 이 관계를 버리지 않았고 말 나온 김에 뽐뿌 찼음을 증명하는 티스토리 (이지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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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상 물어는 줄게. 히어로, 계속 할 거지?"
"그게 묻는 거임? 예의 맞음? 레전드네"
"넌 제발 조용히 해"
"어쩔? 주먹도 솜주먹인, 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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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랬나. 쟤 왜 저래?"
"라우 선배한테 지팡이로 맞았대요."
"그럼 뭐 쓰러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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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크레바스, 어떻게 생각해?"
"……그냥 그래."
"……그렇군."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글라우랑 크레바스는 왜 말의 한 박자를 자꾸 쉬는 거야?"
"한월아, 너도 할래?"
"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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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M 거리에서 강도사건이 발발할 것 같은데, 갈 사람?"
"……."
"갈 사람?"
"………."
"그래. 너희를 믿은 내 잘못이지."
"라우 선배? 크레바스는 처음부터 손 들고 있었는데?"
"너희를 믿은 내 잘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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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품에 맞지도 않는 자기소개를 해보자면, 내 이름은 글라우코피스. 올해로 스물다섯. 공식적인 히어로 경력 5년, 비공식으로는 2년 추가. 교도소 생활은 5년째인 인생 망한 범죄자. 사실 내가 왜 범죄자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평범한 인간이다. 비록 이능력을 갖고 있지만, 이능력이 없어도 천재지만. 자기소개가 끝났다면, 우리가 왜 이 멍청하고 한심한 지하 아지트에 숨죽여, 길 위의 사람들이 사라지길 기도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 설명하기로 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너무나도 간단해진다. 우리들은 지명수배자다. 죄몫은, 탈옥과 살인. (이건 좀 억울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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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능력이 최초로 발견된 건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이었다. 갑자기, 인간이 발화되는 걸 본 적 있는가? 그리고 그 인간이, 그 불을 자유자제로 쏘는 건? 그렇게 발견된 이능력은 2년 동안 꾸준히 발견되었고, 10년 전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 해적 시대 마냥, 대 이능력자 시대가 열린 것이었다. 정부는 2년동안 허우적대더니, 도저히 숨길 수도, 어찌할 방법도 없어지자. 대 테러나 무장범죄자, 이능력 악용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전투 경찰, 히어로라는 직종을 새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 직종의 혜택을 톡톡히 받았으나 전장 아닌 전장을 뛰어다닌, 히어로들이었다. 5년 전만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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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 선배, 무슨 생각 하길래 그리 심각한 표정을 지어요?"
"아악!! 네르샤가 옆에 붙어서 기분 나빠졌어, 크레바스 도와줘!!"
"진짜 어이가 없네."
"… 사이좋게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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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얼마나 찬란했는지 모른다. 지혜의 신, 천재 글라우코피스인 나. 망령의 지배자, (라고 말하긴 조금 짜증 나지만.) 네르샤. '월'의 CEO이자 지구의 리더, 는 아니고 아무튼 히어로 팸으로 활동한 유한월. 국가의 번견, (누가 이딴 말로 정리해둔 거야?) 크레바스. 그리고… ……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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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나는 왜 그냥 트리거임?"
"제발 진행 좀 하게 조용히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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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리들은 5년 전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범죄자가 되었다. 대부분은 누명이었지만 말이다. 나부터 탈세와 주가 조작, 그리고 살인과 상해, 방화와 절도… 뭐, 이런 식으로 여러 범죄를 조합시켜 수배 때리고, 잡아넣고 나니 무기징역이 나오지 뭔가? 다른 애들도 비슷한 경로로 범죄자가 되었고, 감옥에 갇히기까지 했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영원히 세상의 빛을 못 볼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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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우, 아까 저거 봤어?"
"아까 봤어! 근데 저게 뭐야?"
"젠장, 너도 몰라?"
"내가 무슨 천잰 줄 알아! … 천재 맞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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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불었다. 단순한 태풍은 아니었다. 이능력에 가까운 건지, 건물의 외벽부터 야금야금 뜯어먹는 태풍이었다. 우리들의 교도소는 그 태풍으로 하여금 풍비박살이 났다. 거기에 휘말려, 알 수 없는 곳에 떨어지기까지 했으니. 살아있는 것이 참 다행일 것이다. 나는 어리둥절하게 서 있었는데, 이 틈을 타서 트리거가 묘안을 내놓았다. "이렇게 된 거 탈옥하면 되는 거 아님?"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타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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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맹세코, 우리들은 교도소로 돌아갈 방법이 없어, 길거리에서 시간을 낭비했을 뿐이지.
교도소를 돌아가지 않는다거나, 탈옥을 꿈꿨다거나,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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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입니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5명의 이능력자가, 지난번 태풍으로 인해 무너진 외벽의 틈으로 탈옥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은 이런 이미지의 사람을 본다면 주저 없이 112로 신고해주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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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우리들은 한월의 나노봇 슈트(나는 개인적으로, 슈트형은 별로라고 생각한다.)에 삽입된 인공지능이 알려준 뉴스 속보를 통해 우리가 완벽하게 X됐음을 깨달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