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ie Adeline
솔직하게 말해보자. 이건 무언가 잘못되었다.
첫 번째. 공부를 시작했을 때에는 많은 것이 즐거웠다.
두 번째. 인정받은 순간은 언제나 짜릿했다.
세 번째. 나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네 번째. 그렇다면 나는 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보편적인 도덕을 져버릴 수 있는가?
세상 사람들은 다 맞지 않는 일을 하며 살아가곤 한다. 개개인의 특징이나 성품은 고려되지 않고 설계된 쳇바퀴 속에서 너도 나도 행복해지기 위하여 미친 듯이 달리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과 맞지 않는다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정형화된 세상과 우리는 맞물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26년의 인생을 허비하여 세상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자꾸만 세상과 겉도는 이유를 이 것 외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러자 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이해가 되었다. 모두 무언가를 삼켜버린 듯한 표정이었다. 모두들, 자신과 맞지 않은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것이겠지. 그래, 인내만이 정답인 세상에서 참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불의를 보면 눈을 돌리고, 불합리를 보면 귀를 막는다. 세상은 그런 식으로 돌아간다. 서로에게 조금 더 다정한 세상이 되면 좋을 텐데. 이 합리적인 지상에서 살아남는 가장 쉬운 일은, 두 주먹을 꼭 쥐고 등을 돌리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캘리포니아에서 나를 낳으면서 그것을 확신했다고 했다. 외모의 부분을 빼더라도 사랑스럽지 않은 곳이 없다며 그녀의 입술은 꼭 내 광대와 뺨, 이마를 꾹 누르고 지나갔으니 말이다. 축복받았다면 축복받은 삶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무한의 사랑을 받았고, 나는 그 사랑을 기반으로 올바른 길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었다. 홀로 나를 키워낸 내 어머니에게, 나는 어디에서도 지지 않을 자식이 되고 싶었다. 얘, 이번에도 1등은 엘리래. 나는 누군가의 수군거림을 무시한 채 학교의 복도를 걸어 나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쉽게 성공하는 법은 똑똑해지는 것이었다.
지혜롭고 올바르게, 어둠 속에서도 지지 않을 단 한 가닥의 바람처럼 나는 멈추지 않았고. 그녀는 꼭 나의 머리카락을 다정히 쓰다듬어주며 이야기했다. 엘리, 너는 내 삶의 축복이란다. 그 다정한 말에 숨어있는 인정이 나를 고양시킨다는 걸, 그녀가 알긴 할까? 나는 그녀를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을 믿었다. 사람은 원동력 하나만 쥐고서,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기도 하니까. 생각보다 세상은 살아갈만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약간 겉돌긴 하였으나, 그녀가 있는 한 나는 인간관계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고 싶지 않았다. 내게 있어 1순위는 언제나 그녀였다.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내어주는 이가, 그녀 외에 또 있을까.
아툼에 입사한 엘리를 축하하며! 그녀는 샴페인을 터트렸다. 거품이 카펫을 적셨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은 모양이었다. 홀로 키운 딸이 장성하여 어린 나이에 거대 제약회사에 들어갔다 하니, 어머니의 입장으로는 경사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의 맑은 웃음을 바라보면서, 샴페인을 홀짝이기 시작했다. 아, 그녀가 행복해서 다행이다. 제약회사라고 하여 반대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녀는 아툼에 입사한 내가 퍽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나는 그때만큼 뿌듯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녀는 나의 머리카락을 다시금 쓰다듬어주며, 유리구슬을 대하듯 내 이마에 입술을 찍어 눌렀다. 엘리, 정말 축하한다. 이 엄마는 네가 자랑스러워. 나는 그저 웃음을 터트렸다. 앞으로도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엄마가 가르친 것처럼. 나는 되묻는다. 훌륭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요? 그녀는 대답했다. 어딜 내놓아도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떳떳할 수 있는 사람.
그렇기에 나는 쥐었던 주먹을 푼다. 아툼의 일은 제법 잘 맞았다고 자부하고 있다. 어린 말단 주제에 퇴사할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아툼의 연구원으로 점점 입지를 넓혀가기 시작하면서. 나는 잠깐의 고민을 갖게 된다. 어딜 내놓아도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떳떳할 수가 있을까. 그녀는 내가 평범한 제약회사의 연구원이라 생각하기에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엄마, 나 사실 무기를 만들어. 완성하면 누군가가 죽어. 높으신 분들이 아주 기뻐하실 거야. 엄마. 나 지금 사람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어. 임상 실험이긴 한데, 평범한 실험은 아니야. 누군가 죽을 거고, 어쩌면 우리도 죽을 거야. 죽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 병기 한 명을 만들어 내는 거야, 엘리 아델라인이! 그러나 나는 펜을 쥔 손을 멈췄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는 나를 키우면서, 나에게 보편적인 도덕을 강조했다.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은 돈과 명예만으로 만들 수 있는 삶이 아니라고. 엘리 아델라인. 너는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니? 나는 세상과의 타협을 끝마쳤다. 아무리 겉돌아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라도. 참고 견디기만 하면 되니까, 내가 먼저 참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울음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보편적인 도덕을 져버리면 울어버릴 것이다. 나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쯔음, 동료 연구원이 물었다.
엘리 아델라인. 너 요즘 실험 태도가 왜 이래?
선배들이 너 안 좋게 보잖아.
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세상과 타협할 것인가, 세상에게 떳떳해질 것인지.
뉴욕 맨해튼의 바람이 불어오고, 나는 프로젝트 카니발의 연구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Name Ellie Adeline
Sex. Female
D.O.B September, 6.
Age. 25
Height/Weight. 172. 62
Blood Type. Rh+ AB
Position. 연구원
Married. X
Religion. X.
[Status]
STR 4
INT 8
LUK 8
인장주
이케다 에라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