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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말하시긴. 샤를이 마지막 남은 비스킷을 입에 밀어 넣으면서 눈을 내리 깔았다. 머리에 능력을 꽂아준다니, 죽는 거 아냐? 퓨리아의 능력에 맞아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아프로스를 그렇게 후려패는 힘이 가벼울 것 같진 않았다. 샤를은 익숙하다는 듯한 이야기 속에서 큐브 모양으로 쌓이는 고구마를 바라봤다. 위선이 왜 까다로운가? 드러나지 않아서였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가 없고, 겉으로의 행동이 이상과 의지에 부합하지 않아서. 그래서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샤를은 그럼에도 위선을 좋아했다. 겉으로나마 깔끔하게 굴기 시작하면 언젠가 선행을 행할 수 있기 때문에…. 샤를이 퓨리아를 흘긋 바라봤다. 위선이 많이 싫으십니까? 말하는 속도가 유독 거북이 걸음마보다 느렸다. 익숙하다는 투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퓨리아의 말은 틀린 점이라곤 없었다. 내뱉은 사람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받는 사람은 온전히 받기에 잊을 수가 없는 법이었다. 샤를은 언제나 쏟아내는 편이었다. 말도, 감정도, 행동도. 그러니 퓨리아의 늘어놓음을 부정할 수 밖에 없었지. 자신이 언제 그랬느냐 툴툴거리기 바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말에 괜히 퓨리아의 눈치를 보는 건 어째서일까? 약한 사람이다. 살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의미로. 개의치 않다는 듯 큐브만 만들어나가는 퓨리아를 한참이고 엿보던 샤를이 툭 말을 덧붙였다. 사과, 라도. 웅얼거림에 가까웠다. 샤를은 인간관계에 서툴었다. 쏟아내는 법은 알지만 그것을 주워담질 못해서였다. 하다 못해 쓸어 담기라도 하면 흔적은 남아도 언젠가 수습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쓸어 담기에는, 샤를은 언제나 멀리 가버린다. 급한 걸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아갈 수 없고. 어쩌면 수습할 수도 있을 터였다. 덤덤하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남지 않는 것은 없었다. …적어도 샤를이 생각할 땐 그랬다. 

 

퓨리아는 합리적인 사람이었고 이성적인 행동을 골라서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샤를과는 다르게 말이다. 샤를은 남아있는 딸기잼을 괜히 휘적였다. 비스킷은 입에 녹아 사라져버렸는데 말이다. 실실 웃음이 나오진 않았다. 배려인가? 샤를은 고뇌했다. 이건 이기심이었다. 고마움을 받을 만큼 대단한 행동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라는 소리였다. 그래서 샤를은 큐브만들기에 몰두한 퓨리아를 한참이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근거가 있는 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다. 똑같이 하겠다, 라고 판단한 이유요.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투성이의 일이었다. 샤를은 그걸 알면서도 감수하는 사람이었다. 손해보는 게 아깝지 않으니까. 어차피 죽어버릴 소중한 누군가에게 내어줄 수 있는 만큼 내어주는 건 이기심 그 이상의 감정이었으니까. 하지만 합리와 이성을 넣는다면 샤를은 굳이 손해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어떤 점이? 대체, 왜? 딸기쨈이 끈적하게 입에 남았다. 그냥, 제가 한 모든 이야기는 기억에도 남지 않을 정도로 시시한 이야기였다고. 샤를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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